세션 -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 트렌치코트


영화의 주인공 마크 오브라이언은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얼굴 근육 밖에 움직일 수 없습니다. 마크는 소위 말하는 뇌가 섹시한 사람입니다. 다정하고 유머감각도 있습니다. 특히 유머 감각은 그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방패이자 무기입니다. 이런 그에게 간절한 소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섹스를 해보는 것입니다.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그는 내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외적인 장애로 인해 진한 연애도 못해본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사에서 ‘장애인의 섹스’라는 기사 의뢰가 들어오게 되고 이를 계기로 그는 섹스테라피스트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관객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마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섹스를 나누는 일은 쌍수 들고 환영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는 애인을 만들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섹스테라피스트의 존재는 무언가 석연찮습니다. 성매매와 성치료는 도대체 뭐가 다른가부터 해서 온갖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물론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생각의 가닥이 너무 그쪽으로만 흐르게 되면 이 영화의 노선에서 탈선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논쟁적일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는 있지만 섹스테라피스트와 이와 관련된 윤리적 고민들을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벤 르윈 감독은 자신의 논평을 배재하고 영화의 원작이 된 마크 오브라이언의 경험담을 전달하는데 집중합니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를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태도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멋들어지게 힘 준 쇼트들도 거의 없고 지나치게 극적인 구성을 취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대신 영화를 철저히 장애인 마크가 아닌 인간 마크와 그의 주변 사람들로 채웁니다.

이런 태도는 마크를 찍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마크 캐릭터는 극작술 측면에서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확실한 특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신체의 부자유스러움입니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그의 이런 면은 영화에서 부각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그 캐릭터의 무기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몸을 잘 비춰주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그의 얼굴 클로즈업을 높은 비중으로 사용합니다. 그의 몸에 집중하지 않음으로 마크 캐릭터는 특수하지만 관객에게 타자로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그의 몸을 비추며 시각적, 정서적 자극을 높이는 대신에 관객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다가가게 만들며 관객과 마크 캐릭터를 밀착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도 마크가 셰릴를 만족시킴으로 자신의 성적 능력을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셰릴과의 교감을 통해 마크가 누이에 대한 죄책감을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세션>의 감동은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불쌍한’ 캐릭터에 대한 연민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마크처럼 다양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삽니다. 그리고 이는 관계에 있어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마크로 대표되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상처받고 억눌린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 이를 극복한다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판타지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그 과정을 작위적이지 않고 진실 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보는 이에게 제대로 된 감동과 위로를 주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볼 때 마크를  타자화시켜 바라보거나 섹스테라피스트와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면 보편성을 내포한 작품의 소재들의 표면에만 머무는 우를 범하게 되는 일이 될 것입니다.

*. 물론 특수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서두에 언급했던 질문들이 따라 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경덕 감독의 2010년 작품인 <섹스 볼란티어>를 한번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장애우들의 성 문제, 그리고 섹스 자원 봉사에 대한 윤리적 고민들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