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 We Need to Know About Woody 트렌치코트

 

 연출자인 로이드 B. 웨버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데뷔해 우디 앨런의 <왓 에버 웍스>의 주연을 맡기도 했고 <사인필드>의 각본가로 유명한 래리 데이비드와 작업한 모큐멘터리, 그 생이 밥 포시의 연출. 더스틴 호프만의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코미디언 레니 브루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사이먼 페그가 주연한 <하우 투 루즈 프렌즈>라는 코미디 영화 등을 만든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막스 브라더스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하니 이쯤 되면 이 감독이 얼마나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연출자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이 영화에 무려 우디 앨런이 직접 출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침실, 작업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도 소개합니다. 사생활이 노출되는 걸 싫어하고 매체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우디 앨런의 평소 성향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입니다.
 
 홍보자료를 보니 로이드 B. 웨버는 우디 앨런과 서신을 교환하면서 마음을 열게 했나 봅니다. 코미디에 정통한 사람들답게 나중엔 서로 비꼬고 놀리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우디 앨런의 단편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에 영화 캠프에서 아이가 찍은 단편 영화가 대박나자 학부모와 관계자가 이권을 얻기 위해 점잖은 말투지만 서로를 공격하는 내용의 편지를 주고받는 내용의 단편이 있는데 아마 그런 식의 농담들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얘기하고 보니 그 편지들도 보고 싶네요. 어쨌든 이렇게 우디 앨런이 직접 출연함으로 인해 이 영화는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디 앨런이 직접 자기 서재와 생가등을 보여준다니, 우디 앨런의 팬들이 안보고 배기겠습니까. 로이드 B. 웨버가 코미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1935년생인 우디 앨런은 현재까지 41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15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3번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imdb에 따르면) 그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포함해 각종 시상식에서 108번의 수상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여러 여성들과 열애를 했고 사실혼 관계였던 미아 패로우의 입양아인 순이와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2시간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에 담기에는 그의 경력이 이래저래 너무 화려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우디 앨런의 삶을 보여줄까요?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처럼 옛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뉴욕의 풍경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크리딧의 폰트도 우디 앨런의 영화스럽습니다. 그리고는 우디 앨런의 인터뷰와 우디 앨런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차분히 정리해 보여줍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우디 앨런의 인생의 한 시기를 다룰 때 이와 연관된 그의 작품 속 장면들도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디 앨런이 워낙에 자기 반영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우디 앨런의 어린 시절을 다루면서 <애니홀>의 주인공 앨비 싱어의 어린 시절 장면이 나오고 성공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다루면서 코미디 영화로 성공한 이후 방황하는 감독이 등장하는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이런 장면들로 인해 우리는 우디 앨런의 고민이나 성격을 좀 더 밀착해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다보면 그의 경력을 요약했다니 우디 앨런의 팬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그들은 즐길 거리가 적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이 우디 앨런의 어린 시절을 이미 알고 있고 이 작품에서 소개되는 영화들을 이미 다 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사람들도 즐길 거리가 꽤 많습니다. 먼저 우디 앨런이 밤무대와 방송 활동을 하던 시절의 영상들입니다. 말로만 전해듣던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시절 영상은 정말 귀합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자료들입니다. 또 현장에서의 우디 앨런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이나 연기 지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는 일은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같은 책을 읽고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줍니다.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우디 앨런과 다르게 골격이 좋아 보이는, 90년대부터 우디 앨런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여동생 래티 아론슨이나 우디 앨런의 모든 영화 크리딧에 항상 등장하는 제작자이자 매니저 찰스 H. 죠페, <맨하튼>에서 10대 소녀로 나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던 마리엘 헤밍웨이의 현재 모습, 우디 앨런의 초기작의 공동 각본가였던 마샬 브릭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우디 앨런의 모습이나 그이 영화 속 장면들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낭만적인 사람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이전엔 우디 앨런의 낭만성을 그의 염세주의와 연결시켜 그의 단편집 제목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연애라도 하고 살자는 실존적인 선택의 결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나니 그의 낭만성은 그런 인과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습니다. 그는 애초에 낭만적인 사람이고 동시에 염세적인 사람인 것입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이 우디 앨런이고 이게 그의 개성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점 때문에 제가 그를 그토록 좋아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고 이 영화를 보다보면 그의 이러한 특징이 잘 느껴집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면 이 다큐멘터리는 어느덧 7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나 최근에 있었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성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디 앨런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그는 여전히 수줍은 태도로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제게 그의 명대사 중 하나로 기억될 말을 합니다. 대사를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이루고 싶었던 걸 모두 이뤘습니다. 그런데 뭔가 꼬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죠?’ 이 귀여운 할아버지, 칠순이 넘어서도 소녀와 연애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할아버지와 그를 닮아 영리하면서도 위트 있는 이 다큐멘터리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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