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 김조광수 트렌치코트

 
  제작사 워킹 타이틀을 세계에 알렸던 로맨틱 코미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제목을 빌려온 것에서도 알 수 있는 듯이 이 영화는 본격 로맨틱 코미디 입니다. 영화는 동성애자인 민수와 효진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위장 결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수많은 소동이 일어날 수 있는 장르에 최적화된 설정입니다. 이런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 캐릭터들도 등장합니다. 동성애자 커뮤니티인 G-voice 멤버들은 타율 높은 웃음을 선사하고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이 중에서도 박수영씨가 연기하는 왕언니 캐릭터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중후반까지 영화는 클리셰의 활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리어 적극 활용하며 유쾌하게 전개됩니다. 그러나 클라이막스가 다가오면서 쉽지 않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로맨틱 코미디의 속성상 이 장르 영화들의 갈등은 그리 복잡하고 무겁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해가 풀리거나 자신이 사실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달으면 해결되는 정도의 장애물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두결한장>에서 민수가 겪는 갈등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그는 평생 피하고 싶었던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도망치느냐 맞서느냐. 우리는 그가 커밍아웃 했을 때의 파장을 알고 있습니다. 민수는 가족을 비롯한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싸워야합니다. 때문에 이는 가볍게 가던 영화에 무게감을 심어주는, 이야기적으로 좋은 갈등입니다. 하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이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민수와 석의 사랑 이야기는 슬며시 뒤로 밀려납니다. 둘 사이에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로 갈등이 생기다보니 클라이막스에서 줄 수 있는 로맨틱한 에너지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민수의 최종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건의 구성도 아쉽습니다. 주요 캐릭터들을 따뜻하게 대하던 영화가 갑자기 여러 우연들을 겹쳐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더니 ‘니가 영화를 위해 좀 죽어줘야겠어.’라는 식으로 한 캐릭터를 저 세상으로 보내버립니다.
  
 애초에 이야기의 결이 많은 영화입니다. 동성애자와 그들에게 편견을 가진 사회. 민수와 석의 사랑. 민수와 효진의 위장결혼. 하지만 영화는 이 이야기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합니다. 민수와 석의 관계는 크게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상태로 지속됩니다. 민수와 효진의 위장 결혼은 이런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익숙한 상황들 몇 개만을 보여줄 뿐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결국 영화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뻗어나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 됩니다. 물론 이를 통해 우리는 동성애자를 둘러싼 사회의 폭력과 편견을 다시금 재확인하게 되긴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로서 주요 캐릭터 간의 부대낌과 그를 통한 시너지가 부족한 점은 이야기의 힘을 떨어뜨립니다.

 이는 요주 인물인 민수와 석 캐릭터 설정 자체에서도 기인합니다. 둘은 샤방 샤방한 매력을 제외하면 개성이 적고 평범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 축으로 기능 할 수 있는 효진과 서영 커플도 이야기의 주변을 맴돌 뿐입니다. 오히려 조연 캐릭터인 티나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입니다.

  이렇게 이 영화는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두결한장>은 충분히 즐길만한 로맨틱 코미디 입니다. 전반적으로 매끈하고 불필요한 장면들도 거의 없습니다. G-boys 멤버들을 필두로 던져주는 웃음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부도 진지했던 클라이막스의 무게감을 덜어주며 기분 좋게 마무리 시킵니다. 이렇게 이 영화는 대중 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춘 로맨틱 코미디 영화지만 동시에 자기 영화만의 가능성들을 발전시켜 한 방을 날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그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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